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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내 눈과 코

  눈과 코는 한통로에 연결되어 있나보다.

  근 두어달 기침을 내뱉고 있으니 옆에서 보다 못해 병원에 가보란다. 이비인후과를 갔더니 문진 몇 초 후, 비염이라고 한다. 그 때는 심했는지, 코에 뿌리는 약을 처방해준다. 신기하게 콧물과 기침이 잦아 든다.

  내가 자주 가는 커피집에 주인장이 기침을 계속 하길래 나의 이런 경험을 이야기 했더니, 그도 그 병원을 가는데 아직까지 그러한 코에 뿌리는 약은 처방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런 신통 방통한 약이 있다면 다음 진료시에는 처방을 요구해야 겠다고 한다.

  그러기를 2주 정도 지나서 이제는 잠자기 전에 눈이 가려워 자주 비볐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빨갛다. 이번에는 안과를 간다. 또 비염이란다. 저번에 받은 약은 개봉후 2개월이 지났으니, 새 약으로 눈에 넣으란다.

  나는 안약을 넣으면 눈 위 5센티미터 위 쯤에서 눈동자를 향해 떨어뜨린다. 어떠한 때에는 조준이 제대로 되지 않아 눈두덩에 떨어지거나 아래 눈썹 밑에 떨어진다. 그것을 보던 사무실 여직원이 자신은 안약을 눈 바깥쪽 테두리에 근접해서 거의 맞닿을 듯이 대고 떨어뜨린다고, 그러면 다른 문제 없다고 알려준다.

  그 이후에는 그렇게 넣고 있다.

 

 

 

  눈과 코는 한통로에 있는게 맞나보다. 이 비염이 저 비염인지 헷갈려서 오늘 찾아보니,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을때 알레르기성 결막염도 함께 온다고 한다. 알레르기라는 말은 온갖 것에 다 갖다 붙일수 있는 것이라, 찾아본 자료를 읊으보면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바퀴벌레, 동물의 털 등 지금까지 밝혀진 수백가지와 그기에 더하여 지금도 계속 새로운 항원(원인자)이 밝혀지고 있단다.

  나는 그런 종류는 아닌 듯한데, 더 찾아보니 알레르기 비염이 있으면 알레르기 항원이 아닌 일반 자극(향수, 자극적인 냄새, 찬공기 등)에 대해서도 콧물과 코막힘, 가려움 등의 알레르기 비염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사람은 코점막과 눈점막, 기관지 점막 등이 예민하기 때문에 생기는 과민증상이란다.

  그때가 그러고 보니 24년 전이다. 울산에서 나고 자라 고향을 벗어나 본 일이 없는 내가 서울 위쪽으로 처음간 것이. 기차를 타고 올라가는데, 대전 즈음 지날 때부터 산이나 들에는 눈이 보였다.

  울산에서는 눈이 한번 오면 잔치집 분위기였었다. 엄마들과 아이들이 손에 사진기 하나씩 들고 눈 쌓인 장독대를 배경으로, 눈이 아직 밟히지 않은 골목길로 쏟아져 나와서 사진을 찍고, 아이들은 처음 해보는 눈싸움도 하고 .. 지금도 1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찍은 눈 사진들은 두어장이 있다.

  그 눈이 내 눈 앞을 휙휙 지나쳐 간다.

  의정부에 있는 306보충대에서 며칠 묵고 자대 배치를 받았다. 일산에 있는 백마부대에 배속이 되었다. 처음간 그 곳은 낯설었다. 스레트 지붕에 벽돌로 듬성듬성 쌓아올린 막사, 그 안의 보온 시설이라고는 빼치카라는 조개탄을 떼는 벽난로 하나, 30미터 정도의 길이에 폭은 6미터 정도 되지 싶었는데, 침상위의 침구는 바닥에 까는 침구와 모포 몇장이 전부였다.

  북쪽 벽면이 하얗게 빛이 나고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정신없는 첫날을 보내고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북쪽이 아닌 남쪽 벽을 면해서 자리를 잡았다면 좋았겠다 싶다. 자리에 누우니 뒷쪽 벽면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온다. 저 멀리 조교가 자리한 빼치카 옆의 붉은 기운과는 다르게 내 다리 쪽에는 하얀 그 기운이 덮쳐왔다.

  아침에 일어나서야 그 냉기가 궁금해 침구를 개면서 들여다 보았다. 15센티미터 두께의 성에가 북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하얗게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얼음 솜.

  몸을 굴리며 훈련을 받는 중에는 별 일이 없었다. 첫 날 이후로 중대장이 모포를 구하여 개인당 3장씩 더 지급하기도 했었다.

  첫 일요일이었는데, 군대에서 외워야 할 것들을 숙지하고 쉬는 시간에는 가족들에게 편지도 쓸수 있도록 시간이 주어졌다. 모포를 사각 상자 모양으로 접어 책상을 만들어 편지를 쓰는데 양말이 축축해졌다. 맑고 투명한, 이후 나의 친구가 된 그것과의 첫 만남이었다. 콧물. 그리고 비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