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이란..

글쓰기 수업을 받고 - (이만교 작가의 강의)

  글을 쓰는 것이 부담이다. 업무상으로 매일 조그마한 트윗 인사글과 블로그에 글을 한번씩 올린다. 매일 반복되는 글쓰기의 부담은 점점 커진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을때는 그래도 덜한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여기저기 글감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기도 하고 날씨와 온도에 민감해지고, 되도록 출근길에 좋은 사진이라도 찍어 사진과 묶어 글을 올린다. 이도저도 못할때는 읽고 있는 책중에서 한줄 뽑아내어 올린다.

  게다가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실제 내가 적은 글이 아니라 타인의 강의나 논문을 옮기는 경우가 많고, 내가 다녀본 곳을 사진과 함께 감상을 적는 경우가 있다. 이 때에도 강의자가 주는 핵심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쉽게 글로 옮기려 조금 수정할때도 있다. 논문의 경우는 더하다, 추가할 수 있는 자료를 찾는다던지 축약해야 할 경우에는 더욱 더 그 글을 세밀하게 읽게 된다.

 

  이번 지식UP 콘서트에 글쓰기 강의가 있는 것을 보고는 처음엔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다른 땡기는 강의들을 치우고 어떤 글쓰기를 가르쳐주려는지 한번 보자는 마음으로 신청하게 되었다. 무릇, 글을 쓴다는것은 개인의 생각을 정리해서 진솔하게 적으면 되는 것이지, 무어가 있을까 싶은 것이다.

  그기다, 가르치는 사람이 저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라 매양 우리와 다를바 없는 내가 아는이의 아는이였다. 그이가 적었던 히트친 소설이 "결혼은 미친짓이다"라나,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는 제목이군.. 하는 마음과 함께 말이다.


 

  올해는 독서모임을 하지 않으려다 좋은분들을 만난 계기로 또다시 하게 되었다. 매번 읽은 책이 독후감이 되어 되돌아오는 책을 나보다 더 좋아하시는 계장님과 영어수업시간을 같이 한 학식있어 보이는 그전에는 일면부지이던 연구사가 그이들인데, 이 강의실에 그것도 앞좌석 중앙쯤에 오글오글 모이게 되었다. 이런이런, 재미난 듯 모여 잡담을 하며 강의를 듣는다.

  처음 자신의 이야기와 신춘문예 예선에서 어떻게 탈락 시키는지 하는 이야기는 생생하게 귀에 들어온다. 타인의 삶을 듣는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게다가 신춘문예라는 이 사회의 장벽, 문인이라는 칭호를 획득하기 위한 그것말이다. 그것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듣는것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그런데, 첫문장 한단락만 읽어도 그 뒤를 예측하고 폐기한다는 이야기에 글을 쓰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된다.

  글을 쓰는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쓰여진 글에는 그 글이 나오는 과정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수긍하는 부분이 있다. 몇몇 작가지망생들의 제대로 쓰여지지 않은 글쓰기를 보여주는데, 내 얼굴이 붉어진다. 내가 트윗에 띄웠던 몇 글자 되지 않던 그 글들에서도 지금 본 유아적인 글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는듯하다.

  지금, 어제 하루종일 강의를 듣고 사무실가서 뒷정리 좀 하고 기우회 회식을 하고 집에 와 자다가, 아차 더 늦어 잊기 전에 어제의 강의에 대해 글을 적어야지 하며 새벽에 일어나 이 글을 적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글 적는데 도움을 받고자, 어제 최 연구사에게 빌려두었던 이만교 작가의 글쓰기 공작소 2권을 들여다 보며 적다가 읽다가 하며 보고 있는데, 글을 쓰는데는 솔직해야 한다는 것, 책을 많이 읽고 그기에서 씨앗문장을 많이 가슴 속에 품어야 한다는데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나의 독서습관에 아직 들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 연구사는 강의 듣는다고 이 2권을 다 읽고 여기저기 띠지 붙여 놓았는데, 그곳을 들여다 보면 뭔가가 막 적혀있다. 나도 지금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헐헐.. 어디서 이런 친구를 얻을고..

  강의를 듣다보니,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가 하나의 궤로 연결되어 있다고 하며 듣기와 말하기를 오전중에 강의한다. 일면 옳다고 생각은 되나 너무 범위를 넓게 잡은 것은 아닌지 우려하였다.

  그런데, (말하는 나 - 듣는 상대방이 생각하는 나)와 (말하는 내가 생각하는 너 - 듣고 있는 너)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언어가 달라 같은 말을 해도 다르게 듣는다는 얘기를 들으며 어, 이거 소통과 관련된 내용인데.. 요즘 하도 안된다고 하는 그것 말이다. 다시금 글쓰기도 소통의 아주 높은 문명적인 형태임을 알게 된다.

  아이들에게 내가 하고 있는 대화에도 많은 문제가 있는것을 되새기게 되었다. '부모와 아이사이', '부모 역할 훈련', '비폭력 대화'라는 책을 소개받았다. 이들은 전세계적으로 천만권이상 팔린 뛰어난 책이라고 한다. 그기에 더하여 우리가 하는 일상적인 말에는 언어적 내용 7%, 청각적정보 38%, 시각적정보 55%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공감하는바다. 말하는 이의 목소리나 음성의 높낮이, 그리고 말하는 태도 등이 대화에서 언어적 내용보다 훨씬 많이 작용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람이 진짜 말하려는 것이 뭔지 알아주는것이 중요하다는것, 그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소통의 핵심이되는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연습하고 마음을 기울이면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내용과 관련하여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하이디라는 사람을 소개하는데 동물과도 소통한다는 사람이란다. 전세계적으로 몇명이 존재한다는데,우리 울산에도 박민철이라는 우리나라 유일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있다고 한다. 유튜브를 찾아 한번 봐야겠다

  여기서 소통을 잘하는 방법을 말하자면, 상대방이 하는 말, 호흡,표정,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을 3번해서 상대의 기분이 느껴질때 이야기를 하면 가장 좋은 소통을 기대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시험적으로 적용해봐야겠다. 또하나의 연습법은 혼자서 말하기이다. 이건 나도 종종 하는건데, 어떨땐 이상한 사람 취급도 받는다. 마지막으로 어떤 자기 주장도 갖지 않고 대화해보기이다. 내가 차를 팔려해도 차에 대해 주장하지 않는게 더 많이 판다고 한다. 조금 이상하지만, 그 만큼 소통이라는게 어려운 것이겠지..

 

 

  점심을 먹고 교정을 한바퀴 돈다. 간호학과 학생들이 막걸리에 벚꽃놀이를 하고 있다. 벚꽃과 꽃보다 이쁜 아이들이다. 중앙잔디 광장을 벗어나니 봄이 빛난다. 이 봄에 글쓰기 강의를 듣는다.

 

 

  오후 읽기강의가 끝나고 마지막 시간 글쓰기가 드디어 나온다. "내가 고양이를 사랑하고 믿어서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겼는데, 나를 배신하고 생선을 먹었다."라는 한 문장을 가지고 이야기 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이 글을 읽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우리 읽기와 쓰기의 문제가 된다고 한다. 여기서 나오는 말들 중 핵심은 우리가 글을 적는다면 그것에 대해 알고 적어야 된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생선을 좋아한다. 그런데 고양이를 사랑하고 믿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사실을 알아서 고양이가 생선을 먹었다면 체력을 더 키워 우리 행복하게 더욱 잘지내자고 마음 먹을거라는거다. 아니라면 고양이에 대해 잘몰랐다면 그건은 사랑하고 믿은 것은 아닌듯하다. 그럼 글에서 고양이의 배신이 나오는 부분은 언뜻 읽어도 문제가 있다.

  한가지 더 이 작가가 말하는 글쓰기의 중요한 부분중 하나는 대상에 대한 표현이다. 예를 들어 대학생이라고 하자, 하나의 의미 군락으로 말한다면 회사원이라던지, 공무원도 이 정도 범주 일 것이다. 그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야 그 삶이 우리에게 온다. 그 유일자를 알아야 된다. 층위를 높여서 말하면 안된다. 대상을 딱 잡아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앞의 대학생을 층위를 높이면 학생이된다. 밑으로 가면 울산대학교 일학년 학생, 그 밑으로 가면 오늘 테니스장 벚꽃옆 막걸리 먹고 있는 간호학과의 신입생 중 남학생에 둘러쌓여 있는 그 여학생이 바로 그 유일자가 되는 것이다.

  여러문제 의식을 가지게 되어 기쁜 하루다. 그와 더불어 이 시간을 같은 자리에서 함께 지나온 우리 멤버들이 있어 더욱 즐겁다.

'삶이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견(見) 바라보다 - 박웅현 대표  (0) 2013.04.10
민들레  (0) 2013.04.03
논어 - 學而  (0) 2013.03.12
산불이 났다.. 불에 타버린 산..  (0) 2013.03.11
힐링 드로잉 - 명지전문대학 김충원 교수  (0) 2012.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