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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논어 - 學而

한글세대가 본 논어

-배병삼-

 

 

 

서문과 學而 편을 읽고..

 

"논어의 힘은 개념의 명징함, 도덕적 엄격성, 혹은 논리의 정연함에 있다기보다, 짐승과 같은 몸뚱이를 가졌어도 신성(神聖)을 꿈꾸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현실의 척박함에 대한 공자의 안타까움이 통시적 공감을 획득할 때 빚어진다고 믿었다."

 

"옷깃 여미기(텍스트 이해의 긴절함)와 눈 치켜뜨기(텍스트 해석의 치열함) 사이에 발효의 과정이 개입되어야만 한다는 판단이 섰다. 이에 그간의 밀착된 논어 읽기를, 시간과 거리를 두고서 삭였다. 그리고 '내가 처한 시공간'의 중요성을 되새기면서, 논어와 관련하여 포착된 현재적 이미지와 의미들을 메모해나갔다."

 

學而 - 논어의 서론에 해당한다. 논어 전체의 대지(大旨)가 이 편 속에 오롯하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배우고 때맞춰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하랴!

벗이 먼 데서 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하랴!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나지 않으면 또한 군자(君子)가 아니랴!"

 

ㅎㅎ.. 이 논어의 제1편, 제1장에서 이렇게 감격을 받다니..

지금까지 보아온 모든 책의 내용과 다르지 않다.. 원저의 번역은..

 

그러나, 그 해석은 너무나 명료하고 가슴 절절히 와닿았다. 아.. 이책이 내가 찾던 책이구나..

 

"논어는 자기 삶의 행로를 결정한 사람, 혹은 적어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것은 붕(朋)이라는 단어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중략)... 그것은 내가 중시하는 가치를 똑같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을 만난 기쁨에 관한 것이다. 살아가는 방식이 같은 동행자, 같은 길을 걷는 도반(道伴), 또는 같은 뜻을 가진 사람(同志)이 붕(朋)이다."

 

"나의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자의식에 충만한 내가 없고서는 나에게 동감해서든, 나를 비평하기 위해서든 멀리서부터 찾아오는 벗의 존재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논어는 나의 길, 그 의식화된(conscious) 길을 걷는 사람과 그 동류들에 대한 텍스트다. 이 규정이야말로 이 장 속에 표명된 선언의 첫번째 내용이다."

 

"유교적 인간은 '배운' 사람이 아니라 내내 '배우는', 과정 속의 존재라는 선언이다."

 

"배움의 대상은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교과목에 국한되지 않을뿐더러 자동차 운전과 같은 기술, 나아가 '왜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철학적 질문까지 두루 미친다. ..(중략).. 다만 그 질문이 절실한 자기 질문이어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질문의 주체성과 진지함, 이것이 배움의 핵심 요건이다."

 

"논어가 '논하고(論) 말하려는(語)' 대상은 언론인이나 문필가와 같은 지식인이나, 대학에서 가르치는 직업에 종사하는 교수가 아니다. 논어에서 말하는 학자(學者)란 '배운 사람'이 아니라 '배우려는 사람'이요, '배우는 사람'이다. 또 논어는 항상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인간을 요구하며 또 그들을 대상으로 말한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이 존재한다는 , '당위성'의 선언이다."

 

"성내지 않음(Sollen)을 넘어서서 고요한 성나지 않음(Sein)에 이르게 될 때, 벌써 이 전환 속에는 자기 길에 대한 치열한 믿음(신앙)이 끼어 있다."

 

"학과 습의 기쁨에서부터도 벗어나고 또 인정해주는 벗이 있어 즐거운 순간으로부터도 벗어나 그저 내가 갈 길이기에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운명성에 대한 잠잠한 인식'이 다가서리라. .. (중략).. 이제 우리는 그 길이 여러 길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길'임을 알아채고, 남이 뭐라든 그 길이 보편이요 진리임을 '자부'하게 되는 것이다."

 

"논어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보았거나, 인간다운 삶이 뭔지를 고민하는 성인들 그리고 조숙한 젊은이들을 위한 책이다. 무엇보다도 내 삶 자체를 낯설게 여겨 일상을 내내 설레며 살기를 기약하는 책이다. 이리하여 '일상의 평상적인 삶'을 '나날이 새롭고 또 나날이 새로운' 생기와 놀라움이 가득한 생활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주는 책이다.

  구태여 단계를 짓자면, (1) 이런 생기와 놀라움에 충만한 일상적 삶을 발견하고 호흡함으로써 흔연히 기쁜(說) 단계에 들어서고, (2) 또 남들과 그 기쁨을 나누는 즐거움(樂) 단계로 나아가고, (3) 그후 남의 눈길과 나의 존재성(我相=ego)조차 거리를 두고 객관화시켜 보고, (4) 급기야 나의 길에 신성이 깃들인 양 묵묵히 살아가는 그런 삶을 기약하는 것이다."

 

따로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이후 학이편을 읽는 내내 유자와 증자, 자공과 자금이 등장하면서 공자님의 말씀이 곁들여진다. 재미가 난다. 재미가.. 읽는 재미가..

 

하나의 궤로 꿰여지는 것 같다. 구슬들이 줄에 줄줄이 들어가서 어여쁜 목걸이가 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