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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뇌, 생각의 출현

뇌 생각의 출현

 

 


<우주와 생명의 연관성>

 

31p. 2003년 말,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통해, 우주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에너지의 73%가 암흑에너지이고, 23%가 암흑물질로 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에너지와 물질은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해 우주전체의 96%가 지금까지도 인류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동안 인류가 우주 전체라고 알았던 것은 사실 4%밖에 안된다.

 

33p. 암흑에너지, 암흑물질이 주기율표의 원소로 구성되어 있었다면 분명히 전자기 상호작용을 했을 것이고 인류이 과학 기술에 의해서 충분히 검출되었을것이다. 암흑물질의 존재를 확인한 것은 바로 이것들과 중력과의 상호작용을 측정한 결과이다. 빅뱅 후 38만 년 지난 초기 우주를 관측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시점에서야 비로소 초기 우주 온도에 의해 맹렬히 운동하던 전자가 양성자의 플러스 전하에 의해 양성자에 포획되었기 때문이다. 38만 년보다 더 이른 시기에는 열운동하는 전자에 의해 빛 입자인 광자가 산란해서 우주가 광자에 대해 불투명하여 초기 우주를 빛으로 관측할 수 없다. 우주의 온도는 우주가 팽창하면서 식어간다. 초기에는 아주 급격하게 식는다. 계속 식어감에 따라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 중력 수축하게 된다. 그래서 대규모 은하들이 형성되고 우주의 불균일도가 계속 증가하기 시작한다. 꽤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이 우주 전체의 은하 분포를 측정해왔는데, 최근에 그 결과들을 집대성하게 되었다. 은하는 천억 개 정도의 별로 된 하나의 소우주이다. 가시광선으로 측정한 100만 개의 은하를 3차원 좌표상에 나열하여 분포시켜서 본 결론 역시 우주의 물질 분포는 균일하다는 것이다.

 

34p. 입자물리학에서 대칭은 보존법칙과 같은 의미이다. 이 대칭이라는 개념은 인간 의식의 출연으로까지 가는 데 지도원리가 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밑그림이다. 지구 표면에 모든 인구가 균일하게 분포했다면 인구지리학 같은 학문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불균일이 생기면서 농도 차에 따른 에너지 흐름이 생기는 것이다.

 

35p. 우주 전체를 보면 96%는 모르고 지금은 4%를 알고 있는데 그 4%의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 원자핵이다. 나머지 별들이나 태양계, 인간은 우주 전체로 봤을 때 수소가 타고 남은 재에 불과한 것이다. 수소가 타고 남은 찌꺼기에서 생긴 그 무엇들인 것이다.

 

37p. 별의 수명은 초기 질량에 따라 수 천만 년에서 100억 년까지도 가능한데, 초신성의 폭발은 수초 내에 일어난다.

초신성의 폭발로 생성된 원시별들은 초기 질량에 따라 수십억 년 후에 적색거성, 초거성 상태를 거친다. 태양도 약 40억 년 후에 적색거성 상태를 거치는데, 그때가 되면 지구도 그 속에 들어가게 된다. 적색거성 다음 단계인 초거성이 터지면 초거성의 잔류물들이 우주 공간으로 다시 흩뿌려진다. 이렇게 흩뿌려진 우주 공간의 물질들이 초신성 잔류물, 그러니까 성간물질이 되는 것이다. 성간물질들이 다시 중력 수축하고 그 가운데서 수소 가스가 핵융합을 일으켜 원시 항성의 양극 방향으로 강력한 가스 분출이 일어난다. 이것이 안정되면 소위 말하는 스타 탄생, 별의 탄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런 과정으로 항성과 행성 그리고 위성으로 이루어진 태양계가 생기는 것이다.

 

38p. 초신성은 생명현상의 역사에 있어 물질적 바탕을 만드는 사건이다.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나온 중원소와 강력한 방사선에서 우주의 구성 요소들, 지구, 생명 탄생과 진화, 생각의 출현에 이르는 긴 여정이 시작된다.

 

40p. 초신성이 폭발하는 1, 2초 남짓한 그 짧은 순간에 주기율표 반 이상에 해당되는 원소들이 합성된다. 하지만 생성과 동시에 폭발하기 때문에 그 원소들은 우주에 흩뿌려지게 된다. 말 그대로 씨를 뿌리듯이 그 물질들을 우주 공간에 뿌리는 것이다. 주로 중원소들을..

 

43p. 빅뱅이론에 따르면 지금 현재 우주에서 볼 수 있는, 그러니까 빅뱅에서 137억 년이 지난 현재 우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많은 입자는 중성미자와 광양자(광자), 즉 포톤이다. 그리고 우리 별이나 행성 시스템 또는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강입자인 하드론들은 우주 전체에서 봤을 때 극히 일부에 해당되는 것이다. 하드론에 속하는 양성자만 봐도, 양성자 한 개에 광자 10억 개 비율이다. 지금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두 가지 기본 입자는 페르미온과 보존이다.

 

44p. 보존은 페르미온을 서로 붙여서 하나의 별, 태양계와 같은 행성 시스템, 인간 등 모등 것을 만들어내는 데 아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보존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전자기 상호작용을 매개해주는 빛 알갱이, 즉 광자이다. 이 보존 입자에 의해 페르미온이 결합하는 양상들이 결국 중력, 약한 상호작용, 강한 상호작용, 전자기 상호작용 등 우주의 네 가지 힘으로 드러난다. 지구 표면에서의 생명 탄생을 가져오고 생각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 것은 주로 전자기 상호작용이다.

 

44p. 그렇다면 왜 뇌에 관한 이야기에서 천문학 이야기를 하느냐, 지금까지 이야기한 우주의 대칭 그리고 대칭의 깨어짐과 관계가 있다. 물리학에서 본 대칭 관계, 이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면 '그것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할 수 있다. 크게 다음의 세가지로 말할 수 있다.

- 전기와 자기는 동일한 현상이다. (맥스웰 방정식)

- 물질과 에너지는 같다. (특수상대성원리)

- 우주 전체의 에너지와 우주 전체 시공의 휘어짐, 즉 4차원의 휘어짐이 서로 연계되어 있다. (일반상대성원리)

맥스웰방정식은 전자공학, 전파, 통신의 기본이 되는 물리법칙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물질과 에너지의 등가관계를 나타낸다. (E=mc²)


45p. 일반상대성이론의 결론 중 하나가 우주의 시공 구조가 물질 에너지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시간과 공간을 두 개로 분리된 실체라고 보았다. 그러나 물질 에너지 총량과 시공간이 서로를 규정한다고 이 중력장 방정식은 말한다. 시간과 공간이 분리된 속성을 띠는 게 아니라 '시공'이 결합된 하나의 것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무대장치로서의 시공과 배우인 물질이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생성하는 동일한 현상의 다른 축면이었다. 소관섭의 '물리학과 대승기신론'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46p. 세계는 물질과 사건의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세계를 물질 중심으로 보아왔다. 그런데 상대성이론은 우주에 존재하는, 어쩌면 유일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물질이 무엇인가. 4차원 시공에서의 사건의 명멸, 사건이 생겼다 사라지는 것이다.

 

46p. 리처드 파인만은 중력이나 원핵력을 제외하고 우주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다음 세 가지 사건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 광자가 여기에서 저기로 움직인다.

- 전자가 여기에서 저기로 움직인다.

- 전자가 광자를 흡수하거나 방출한다.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자연 현상은 이 세 가지 기본 사건의 무한 중첩일 뿐이다. 또 이 세 가지 현상은 전자기 상호작용의 핵심이다. 생명현상이란 간략하게 말하면 이 세 가지 요소가 무한히 중첩하여 생겨난 어떤 사건의 다발인 것이다. 그 사건의 다발에서 태양계가 나오고 지구가 나오고 생명을 가진 세포가 등장하고 생명체들이 폭발적으로 탄생하고 진화하여 우리 인간이 출현하고 신경반사, 감정, 생각이 나온 것이다.

 

47p. "대칭이 깨어질 때만, 화학 작용이 일어날 때만, 크고 안정된 분자들이 나타날 때만,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건이 선택적으로 일어날 때만 기억은 마음이 출현하게 이끈다." 신경과학자 제럴드 에덜만은 마음의 출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대칭관계가 깨지면서 일어나는 것은 생각, 의식, 마음뿐만이 아니라 운동도 그렇다. 

51p. 우주를 우리의 관점에서 보지 말라 ! 즉, 인류의 관점이 아니라 우주 전체의 긴 드라마 속에서 우주를 보라! 또 우리에 견주어서 우주를 측정하지 말라! 코페르니쿠스의 원리는 인간을 중심으로 무언가를 설명하려는 것에 강하게 제동을 건다. 이것이 과학의 길이다. 인간이 그냥 보고 느낀 대로 행하는 게 과학의 길이 아니다.

55p. 어쨌거나 생명현상에서 중요한 건 우주에서 생명체가 있다고 확정된 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구의 역사가 46억년이라면, 생명의 역사는 35억년 정도 된다.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사건은 바로 세포가 생겨난 것이다.

64p. 이나스는 의식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각각의 세포가 갖는 운동성이 척수를 통해 전기적으로 제어되다가 궁극적으로 대뇌 활동으로 통합되고, 중추신경계의 시상과 대뇌피질 사이에서 40Hz의 전기적 신호의 주고받음, 즉 신경 펄스의 하모니가 일어나게 되죠. 이러한 시상과 대뇌피질 사이 신경세포들의 40Hz 전기적 작용이 결국 우리가 이야기하는 의식이라는 것이다.

65p. 신경이나 뇌가 하는 역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움직임을 만드는 기관'입니다. 식물은 움직이지 않죠. 따라서 신경이 없습니다. 반면 동물은 움직이죠. 동물이 움직이지 않을 때는 언제입니까? 동물이기를 그만둘 때, 즉 생의 마지막이겠죠. 살아 있는 동안에는 항상 움직입니다. 동물에게 생과 사의 기준이 무엇인가요? 바로 움직임이죠. 죽음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인 겁니다. 움직임이야말로 동물에만 존재하는 기능인 생각을 만든 것이다.

68p. 초신성에서부터 세포의 탄생, 단세포에서 다세포로의 진화, 생명체의 움직임을가능하게 하는 신경세포의 출현, 신경세포가 우리를 어떻게 움직이는지까지 살펴봤습니다. 그렇죠. 생명이란 우주적 현상이고, 단세포에서부터 의식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가늠하기도 힘들 만큼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일어난 변화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생명 탄생과 의식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세포, 세포이다.

81p. 생명체의 분류를 보면 진정세균, 고세균, 진핵생물이 있습니다. 여기서 진정세균과 고세균이 바로 원핵생물입니다. 원핵생물과 진핵생물의 분류는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가장 근본적인 것입니다. 박테리아처럼 세포질 내 유전정보가 핵에 갇혀 핵막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 진핵생물입니다. 우리가 아는 동물, 식물, 균류 등은 모두 다 진핵생물이다.

 

81p. 린 마굴리스의 세포공생설이 기억나는가? 세포 내 공생은 원핵생물에서 진핵생물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그 증거 중 하나가 원핵생물에는 없는 미토콘드리아가 진핵생물에 있다는 것이다. 진핵생물의 미토콘드리아는 독자적인 DNA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핵심이다. 진핵생명체의 미토콘드리아가 원핵 생명체, 즉 독립적인 박테리아였을 거라는 것이다. 진핵세포와 원핵세포의 생명체 분류를 강조하는 것은 이 두 세포의 차이가 생명 진화를 이해하는 근본적인 토대이기 때문이다.

 

83p. 원핵세포를 보면 세포질 내에 DNA가 있고, 단백질을 합성하는 리보솜이 있다. 떠다니고 있다. 이 원핵세포가 진핵세포가 되는 과정에서 세포막이 안으로 접혀 들어가면서 세포막이 유전정보를 감싼다. 감싸면서 핵막이 되고 핵막 사이의 구멍, 즉 핵공에 의해서 DNA로부터 전사된 RNA가 빠져나온다. 빠져나와 세포 원형질 속에 있는 리보솜에서 단백질을 합성한다.

 

83p. 진핵세포가 되었을 때, 중요한 많은 생화학적 작용은 세포막에서 일어난다. 진핵세포의 핵심은 세포핵 내 DNA와 유동성을 지닌 세포막 그리고 세포 내 골격이다. 동물의 경우는 세포막이 아니라 원형질막이다. 세포막은 인지지로 되어 있다.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내막에서는 전자 전달계에 의해 ATP 분자가 합성된다.

 

84p. 생체막은 인지질 생체 고분자 구조에서 친수성 머리와 소수성 꼬리로 되어 있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물과의 작용에서 만들어진다. 대양에서 생명체가 형성될 때는 물을 좋아하는 유기분자와 물을 싫어하는 유기분자의 방향이 반대가 된다. 그래서 물을 좋아하는 쪽이 물과 접촉하는 표면으로 나오고 물을 싫어하는 꼬리가 안으로 들어가서 2중 막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 사건이 바로 생명현상의 가장 근본인 생체막의 출현인 것이다.

 

84p. 진핵세포의 세포막도 인지질의 2중 층으로 되어 있는데, 그 막에 단백질 고분자가 삽입되어 있다. 이것이 결국 신경전달물질인 나트륨이나 칼륨 등의 세포막 통과 구조체인 이온 채널을 형성하여 다양한 생화학 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많은 세포성 질환들을 추적해보면 결국 이온 채널에 관한 문제이다. 독사세 물렸을 때 마비되는 현상도 마찬가지이다. 나아가서 신경활동의 주요 과정 역시 이 이온 채널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87p. 외계의 에너지는 생체막을 통과하여 생체 내에서 흡수된다. 태양에너지든 화학에너지든 기계적 에너지든 마찬가지이다. 세포막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세포막의 수용체 단백질인 이온 채널과 작용한다. 막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전자 전달, 그다음 양성자 펌프, 세포막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에 의해서 생체 에너지인 ATP 분자가 생성된다. 그리고 ATP 화학에너지에 의해 세포 기질 내에서 다양한 효소 반응들이 연결되어 일어난다. 그것들이 모두 모인 것이 진핵세포의 작용인 것이다. 그리고 그 여러 진핵세포 중 우리의 의식에 관련된 세포가 바로 신경세포이다.

 

87p. 신경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형태가 무엇인가? 그렇다. 동물이 하는 행동이다. 그 행동의 담당 기관은 대뇌, 중추신경계이다. 중추신경계는 엄청나게 많은 신경세포들의 집합이고, 그런 신경세포들이 국부적으로 연결망을 만든 것이 기억이나 감정, 여러 가지 정신 현상으로 나타난다. 결국 신경회로의 각 구성 요소들은 신경세포인 것이고, 신경세포와 신경세포가 만나는 연접 부위, 즉 시냅스야말로 우리의 사고 작용, 모든 의식 작용의 물리적 기반이 된다.

 

88p. 신경 연결망은 신경세포와 신경세포가 만나는 시냅스, 시냅스에서 더 깊이 들어가서 신경세포 시냅스 전후 막의 이온 채널, 이온 채널 단백질에 부착되는 신경전달물질과 채널을 통과하는 이온들에 의해 시냅스 후막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반응의 순서로 진행된다. 여기서 신경세포의 막이나 신경전달물질에도 다양한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다.

 

88p. 전사된 유전정보가 세포질 내 리보솜에서 단백질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는 생명의 기원인 DNA와 연결된다. 매순간 일으키는 우리 행동을 추적해보면 유전정보에 의한 단백질 형성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 유전정보는 각 신경세포 핵 내부의 유전물질에서 전사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신경 활동을 이해한다는 것은 하나의 세포를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리차드 도킨스의 표현을 인용하면 이런 것이다.

- 생명은 하나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변주곡이다.

결국 다양한 변주곡을 만들어준 하나의 주제를 철저히 이해하는 것이 생명 공부의 요점이다.

 

88p. 생체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하고 많은 작용은 결국 세포 내 효소들이 하는 생화학 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효소들은 대부분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생명현상의 구현 물질은 단백질이고, 그러한 단백질 합성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바로 DNA이다. DNA에서 단백질까지의 생명 정보 발현을 일컬어 센트럴 도그마라고 한다. 결국 ‘하나의 주제’라는 것은 DNA가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