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균,쇠’
영어로 ‘Guns, Germs and Steel’. 무기와 병원균들 그리고 쇠붙이.. 제목에서 묻어나오는 냄새가 섬뜩하다. 학살, 정복, 몰살 등이 이 책에 나오는 많은 부분들에 중첩해서 나오는 이미지이다.
이 세상은 왜 이 모양일까? 어느 나라는 부자나라이고, 어느 나라는 가난하고 외세에 침탈을 당하는가? 어쩌다 보니 지금 이 모양의 세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인가? 저자는 지금 있는 이 세상을 역사의 순서를 거꾸로 한번 들여다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서문에서 그는 말한다. 뉴기니의 토착민 ‘얄리’의 물음에 답하고자 이 연구를 시작했다고. “백인들은 저런 화물(유용한 물건들 예를 들면 쇠도끼, 성냥, 의약품에서 의복, 청량음료, 우산에 이르기까지)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지고 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인가?”
이것은 여러 가지 의문을 담은 광대한 질문이다. 세상의 힘의 문제이기도 하고 혁신적인 제품의 생산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며, 정복되는 것과 정복하는 것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식량생산 문제, 야생동물의 가축화, 무기의 발달, 문명까지 폭넓은 과제를 찾아 헤맨다.
인류의 기원에서는 어디에 언제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는지 파악한다. 아프리카에서 발원한 인류는 퍼져서 비옥한 초승달 지대를 거쳐 아시아와 유럽 쪽으로 이동한다. 20만년 전에 나타난 인류는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에 거주하다가, BC 13,000년이 되어서야 남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전 세계에 퍼져나간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BC 13,000년... 왜 인가? 그 이전에는 없던 인류가 유입되면서 새로운 지역에서는 대형육상동물들에게 악몽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인간과 함께 진화되는 과정을 놓친 것이다. 놓친 결과는 그 대륙에서의 멸종이다. 이 부분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거기에 더하여 그 대륙의 인류도 나중에 그들이 멸종시킨 동물들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식량생산은 인구를 증가시키고, 이는 계급과 식량 생산에 동원되지 않는 직업을 가진 인류가 나오게 하는 배경이 된다. 그들은 지배자가 되고, 군인이 되며, 제사장이 된다. 이들은 자신의 땅을 넓히고 더욱 많은 노예와 식량생산자들을 거느리려 한다.
야생동물을 사냥하거나, 야생식물을 채집하는 것만으로 먹거리를 장만하던 사회에서 가축화, 작물화한 몇몇 민족이 식량생산을 한 것은 1만1천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수렵채집 민족과 농경민족의 인구가 달리진다.
가축화는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인용하여 그 어려움을 알려준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성공 요소들이 있다. 하나만 충족되지 않아도 행복이라고 하는 과일에 손을 대지 못하게 된다. 가축이 된 동물과 가축이 되지 못한 동물에 빗대어, 가축화 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엇비슷하고 가축화 할 수 없는 동물은 가축화 할 수 없는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고 말한다.
유럽이 신세계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결과들은 여러 우연들의 중첩같다. 그런 것에서 나름의 결론을 도출해 내 놓은 저자의 노고가 느껴진다. 가축화된 동물들과 부대끼고 살게 된 사람들에게는 가축에서 옮겨온 병들이 균으로 상존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어 그리 큰 이유일까 생각되지만, 여러 우연들에는 꼭 필요한 퍼즐의 한 꼭지라고 강변한다.
이것이 남북아메리카에 상륙한 소수의 스페인 부랑자들이 남북아메리카에서 기존의 인류를 대체하게 되는 원인중의 하나인 것이다. 말과 총과 함께 말이다.
인간 사회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소들은 무수히 많으며, 대륙마다 제각기 그 양상이 달랐다. 어떤 차이가 중요한 차이점일까?
첫째, 가축화, 작물화의 재료인 야생 동식물의 존재의 대륙 간 차이
둘째, 확산과 이동의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셋째, 각 대륙 ‘사이’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넷째, 각 대륙의 면적 및 전체 인구 규모의 차이
인류사를 과학적인 시각에서 찾아본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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