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이야기

19세기 말 크레타 섬,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이웃 회상

이웃에 살던 사람들을 회상하면 나는 눈물어린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수 없다.그 시절에는 사람들이 모두 판에 박은 듯 똑같지가 않았다. 그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독특한 세계를 가지고 살아갔다. 그들은 이웃 사람과 웃음도 달랐고, 말투도 달랐다. 집안에 틀어박혀서 그들은 부끄러움이나 두려움 때문에 지극히 은밀한 욕망을 몰래 간직했고, 이런 욕망이 인간의 내면에서 풍성해지거나 목을 졸랐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고, 그들의 삶은 비극적 진지함을 지니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가난도 있었으며, 그것도 모자란다는 듯 이 가난을 아무도 알면 안 된다는 자존심도 있었다. 사람들은 누덕누덕 꿰맨 옷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서 빵과 올리브와 갓 줄기만 먹었다. 언젠가 나는 어느 이웃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들었다. 「가난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가난뱅이야. 나는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아」- 니코스 카잔차키스, 영혼의 자서전 중